입체주의가 붕괴되고 초현실주의가 등장하는 그 사이에 다다 DaDa 운동이 전개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태어난 다다는 전쟁으로 인한 위기 의식과 허무의 소산이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일어났고 뉴욕 및 파리에서 거의 동시에 나타났으며 독일 각지로 이어졌는데 파리에서 그 마지막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들의 주장은 전통, 권위, 사상 등을 퐇마한 기존의 모든 가치와 예술형식을 부정하고 파괴하자는 것이다. 다다는 우연한 선택과 무지와 모슨을 찬미하며 철저히 반(反)예술을 지향함으로써 종래에는 볼 수 없었던 예술의 표현영역을 확산시켰다.
다다의 지도자이면서 다다 정신에 가장 투철했던 프랑스의 화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년)은 1915년 뉴욕에서 피가비아, 만 레이 등과 함께 '뉴욕 다다'의 시초가 되어 마음껏 그들의 파괴적인 감정을 발산했다. 큐비즘의 형식주의에 불만을 갖고 조각을 '제작한다'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탄생시켰다.
뒤샹은 1913년 아모리 쇼*에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를 발표하여 뉴욕 미술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1913년 파리에서 등받이가 없는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올려놓은 작품 <움직이는 자전거 바퀴>를 발표하여 레디메이드 Ready-Made라는 미술 개념을 탄생시켰다. 그 후 1914년 <병꽂이대>를 발표했는데 처음으로 뒤샹이 사인을 한 레디메이드가 되었다. 뒤샹은 창조의 근본 원리에 의심을 품는 과정을 겪으며 <샘>이라는 작품을 1917년 뉴욕의 독립예술가협회전(앙데팡당 전)에 출품했으나 심사위원들로부터 거절당했다. <샘>은 하얀 도자기로 된 변기로서 뉴욕의 화장실용품 제조업자인 '리처드 머트'의 사인이 들어가 있다. 기성품 소재로 한 뒤샹의 작품들은 오브제 Object**의 개념으로 제작된 것이다. 오브제는 시와 회화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1907-1915년 사이에 조각에서 상당한 결실을 보았다. 이는 뒤상이 이룩한 성과였다.
레디메이드는 실용을 위해 만들어진 기성품에 별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뒤샹이 변기와 병 건조기, 자전거 바퀴, 삽 등을 예술 작품으로 출품한 것에서 연유한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기성품을 창의적으로 발견하여 창작하게 되면 예술작품이 된다는 뒤샹의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샘> 역시 흔한 물건을 하나 선택하여 작품 제목을 붙여 실용적인 역할을 없앤 것으로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모독과 파괴를 최고조로 표현한 것이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대량 생산되는 기계 문명의 제품을 제품을 통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행로를 암시한다. 뒤샹은 레디메이드를 '예술 작품의 비인간화', '물체에 대한 새로운 사고'라고 불렀다. 따라서 뒤샹의 작품이 갖는 의의는 정통성을 지닌 예술에 모욕을 준 점과 기능, 경제성, 실용성 등 형식적으로 완전함을 갖춘 물체들을 조각에 끌어들여 새로이 미적 가치를 부여한 점이다. 이 점은 기존의 미적 가치관에 커다란 변화를 주는 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뒤샹이 전후 폐물 예술(정크아트)이나 팝아트, 네오다다에 끼친 잠재적인 힘은 지대하며, 현대의 개념 미술에까지 미친 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지속적으로 활발한 점이나 젊은 세대들에게 다다의 선구자로 추앙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생애를 통한 무수한 실험 정신은 대가로서 부족함 없는 면모라 하겠다.
*아모리 쇼(Armory Show); 1913년 뉴욕의 제 67기병대의 무기고를 전시장으로 사용한 데서 유래하여 '병기고 전'이라고도 한다. 미국 최초의 국제현대미술전으로 유럽 동시대 전위 예술의 동향을 소개했는데 일반 대중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마티스, 피카소, 브라크, 블라맹크, 칸딘스키, 뒤샹, 피가비아, 브랑쿠시 등의 작가들이 출품했으며 총 16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오브제(Object(영), Objet(불));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에서 주로 사용되어 특수한 예술 용어로 정착되었다. 예술 창작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일상적인 물체를 이용하여 예술 작품의 일부분으로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고 잠재된 욕망이나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오브제는 예술의 형식과 재료, 주제, 기능 등을 확장시키며 20세기 전위적인 예술 사조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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