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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새로운 기마상의 해석 마리니의 말과 기수

by _____seula 2023. 6. 22.

전통적인 조각 유산이 많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마리니(Marino Marini, 1901-1980년)는 그 환경적 요소만으로도 조각가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1929년 미술학교 선생이던 시절에 마장에서 말을 관찰하며 데셍을 하러 다니던 것이 후에 마리니가 기마 인물상을 중심으로 작품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리니의 조각에 있어서 고대 에트루리아 조각의 전통과 아르카이크한 분위기는 절대적인 특징이며 조각의 표현력을 강조하기 위해 대담한 색채를 쓴 것도 색다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부인의 고향인 스위스에서 작품 제작에 힘썼으며 1950년에는 미국에서 연 개인전이 큰 성공을 거두어 금세기 최대의 조각가 중 한 사람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마리니는 1935년경부터 점차 말에 관심을 쏟으며 1969년까지 말의 시리즈를 제작한다. 초기인 1936년에 제작된 <말과 기수>는 고요하고 균제감 있는 사실적 모습으로, 기수나 말 모두 바르고 단정한 자세이다. 그러나 1937년 작품부터는 기수의 손과 얼굴에 변화를 주고 말의 뒷발에 운동감을 부여함으로써 표현력을 높였다. 1939년 작품에 가서는 새로운 질감의 표현을 시도했는데, 형체의 미뿐만 아니라 윤곽과 질감의 미 또한 중요한 개념임을 보여주었다. 1940년대에 제작된 기마상들은 유연하고 평온한 말의 표현과 채색된 견장, 훈장의 묘사 등을 통해서 영웅 또는 장군의 이미지를 표현하려 했다.

마리니의 <말과 기수>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47년도 작품이다. 말을 탄 인물은 강하면서 자유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말과의 관계는 대칭적인 운동감으로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49년의 말과 기수는 분석적이고 구성적으로 변화되어가는 조형 과정을 보여준다. 전쟁의 비극과 혼란을 담아낸 1950년대의 기마상은 격정적인 동세를 통해 절망적인 시대상을 나타내고 이후의 기마상들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받은 충격으로 더욱 극적으로 변화되어갔다. 말들은 처참하게 다루어졌으며 면과 각으로 재구성하는 추상성에 이르게 된다. <말과 기수> 시리즈를 통해서 본 마리니 작품의 특징은 전통적으로 즐겨 다루었던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한 진지한 제작 태도를 바탕으로 볼륨과 부피와 윤고가에 있어 단순미에 도달하여 결국 수직선, 수평선, 대각선 등의 구성으로 귀결시켰다. 이처럼 다양한 조형 과정 속에서 고대가 지니고 있던 순박하고 소박한 생명력을 현대적 감각 언어로 살려낸 마리니의 작품은 감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선한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마리니는 <말과 기수>들 외에도 초상 조각들을 제작했다. 예리한 관찰력과 감수성으로 조각사에서 특별한 평가를 받는 걸작들로서, <아르프의 초상>과 <카를하이스의 초상> 등이 유명하다. 또한 말년에는 뛰어난 그림을 그려 화가로서의 능력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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