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코의 대작, 팔코네의 피터 대제 기마상
17세기의 절대 왕정에 대한 부정과 가톨릭의 반종교 개혁 청산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 후 18세기를 대표하는 계몽주의와 실증주의는 뚜렷하게 근대의 출발을 상징한다. 18세기의 사상과 함께 유행했던 미술 양식은 로코코(Rococo)인데, 루이 15세 때인 약 1730~1760년 동안 극히 짧은 기간에 프랑스에서 발생하여 전개되었던 양식이다. 루이 14세가 죽자 궁정에 소속되었던 귀족들이 자유롭게 되면서 자신들의 개인 저택의 실내 장식에 온 힘을 쏟으며 스스로의 중요성을 부각해 나갔다. 궁전 대신 귀족의 저택이 문화의 기준이 되었고 귀족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미술이 생산되었는데 이러한 흐름에 의해 로코코 양식이 창조되었다.
로코코란 말은 '조약돌'을 뜻하는 '로카이유(Rocaille)'에서 파생된 미술 용어로, 일정하지 않은 모양의 조개껍데기와 돌을 사용하여 만든 작은 세공 장식 조각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주로 귀족 사회의 생활을 미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식이나 공예품에 쓰였다. 조각에서는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관능성이 풍부한 감상 위주의 취향이 두드러져 귀족이나 특권 시민 계층의 초상 조각과 실내 장식용으로 쓰인 작은 조각 일색이었다. 따라서 로코코는 어떤 양식이라기보다는 고객의 취향과 취미의 반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바로크 말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로코코는 바로크 미술의 연장 및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바로크에서 장중하고 기념비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성격은 배제하고 곡선적이며 장식적인 특징은 받아들였다. 그리고 작품의 크기를 소형화시키면서 세련미와 유희적 화려함을 더했다. 실리주의적 성격이 우선하는 작품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하도록 제작된 소형 작품은 에로티시즘과 유희적인 요소를 지니고 회화성과 평면성이라는 특징을 보이며 로코코를 지배했다.
로코코 양식을 '퐁파두르 양식'이라고도 한다. 퐁파두르는 국왕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던 후작 부인으로, 미술계의 최대 후원자였으며 로코코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퐁파두르 부인은 세브르 자기 공장을 운영하면서 로코코 취향을 전파하는 데 힘썼으며 피갈(Jean Baptiste Pigalle, 1714-1785), 팔코네(Eiene Maurice Falconet, 1716-1791)와 같은 조각가를 발굴하여 그녀의 공장에서 작품을 제작하도록 했다. 작은 규모를 선호하는 로코코 취향은 작은 테라코타 모형의 제작을 부추겼다. 이러한 경향은 팔코네의 작품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세브르 자기 공장의 조각 감독이었던 팔코네는 부드럽고 에로틱한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그가 만든 인물상은 로코코 양식을 대변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조각가들은 기념비적인 작품 제작을 별로 하지 않았지만, 팔코네는 러시아의 개혁적이고 계몽적인 군주 피터 대제의 기마상을 만들게 되었다. 이 작품이 팔코네의 필생의 대작이 된 것은 그 시대의 미술의 지배적인 특징이나 분위기로 볼 때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바위 위에서 앞발을 들어 올린 채 뒷발로만 서 있는 말과 그 위의 통치자를 묘사한 <피터 대제 기마상>은 전통적인 기마상과 다르게 상당히 활동적이며, 지지대를 최소화하여 균형 잡힌 말을 조각해 낸 기술적 업적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그러나 말이 뒷발로 긴 뱀을 짓누르고 있는데 이것은 다소 과장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피터 대제 기마상>의 영웅적인 분위기는 마치 바로크의 웅대함을 보는 듯하며 신고전주의 지향도 읽을 수 있다. 팔코네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살아 있는 듯한 부드러움과 온기를 전해주는 <에리고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가 있으며 말년에는 저술 활동에 전념했다. 로코코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들 중 뛰어난 기량을 펼친 르무안과 관능적인 느낌의 대리석 조각을 한 부샤르동, 그리고 로코코 말기의 클로디옹은 기억해야 할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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