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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신고전주의 미술 조각

by _____seula 2023. 5. 19.

신고전주의 초상 조각가 우동

근대의 성립에는 진보의 개념에 바탕을 둔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두 종류의 혁명이 있었다. 이 두 혁명은 정치, 사회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의 모든 면에서 대변혁을 일으켰다. 산업과 경제 그리고 과학이 진보를 거듭해 나가면서 사회는 전문화되고 복잡해졌으며, 자연스럽게 개인의식을 자각시킴으로써 현실을 비판하게 하는 대립적 풍조의 근대 사상이 대두되었다. 이런 배경은 17세기 궁정 중심의 귀족 문화인 바로크와 18세기의 타락과 쾌락에 빠진 우아한 취미인 로코코에 싫증을 느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 자체에 감동을 잃게 만들었다. 이때 새로 일어난 예술 운동이 신고전주의*이다.

대혁명의 정열과 나폴레옹의 영웅주의적 출현이 일치된 고전주의의 부활은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이에 직접적인 동기가 된 것은 1738년의 '헤르쿨라네움'과 1748년 '폼페이' 등 고대 도시 유물의 발굴로 인한 고대 세계에 대한 관심의 확산과 1764년 빙켈만**의 저서 <고대 미술의 역사>의 영향이었다. 신고전주의는 고대에 대한 향수와 애호 그리고 동시대의 새로운 이상과 부활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신고전주의는 고대에 대한 향수와 애호 그리고 동시대의 새로운 이상과 부활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격동적인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르네상스 때와 같은 고전에 대한 강력한 재인식이 아니라 형식적인 모방과 복종만을 불러왔다. 따라서 신고전주의는 고상한 취미로서 뿌리 깊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신고전주의는 로코코의 반동으로 남성다운 강한 힘을 표현하려고 했고 진지한 생각을 담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차갑고 매끈한 형식과 상상력의 부재라는 특색만을 갖게 되었다. 그 예로, 혁명 이후 모든 예술가에게 공평하게 전람회가 개방되었는데 진부하고 평범한 초상 조각 일색으로 로코코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가운데 기량이나 창의성에 있어 발군의 실력을 보인 조각가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프랑스의 우동이었다. 

우동(Jean-Antoine Houdon, 1741-1828)은 1761년 로마상을 수상한 후 1764~1768년까지 이탈리아에 체류하면서 고전의 미술과 해부학을 배웠다. 신화에서 따온 고대풍의 조상들을 발표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했고 학자, 문인, 정치가 등의 초상 조각을 다수 제작했다. <디로> 상, <루소> 상, <볼테르> 상 등 뛰어난 인물들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의 부인 초상도 많이 남겼다. 초상 조각은 신고전주의 조각 안에서 발전을 이루었고 우동은 그 대표 주자였다. 항상 모델을 관조하는 입장으로 제작에 임했던 우동의 자세는 프랑스 초상 조각의 제1인자였던 코와즈보를 떠올리게 한다. 즉, 모델의 성격을 예리한 감각으로 개성 있게 이끌어낸 면이 공통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우동의 작품 중 너무나도 유명한 <볼테르> 상은 모델의 개성을 박진감 있게 표현한 걸작으로, 지성인의 회의적 감성을 적절하게 드러낸 면이 돋보인다.

1785년 우동은 미국으로 건너가 의회의 의뢰를 받아 <조지 워싱턴> 상을 제작했다. 리치몬드 주의회 의사당 원형 건물 안에 세워졌으며 그의 재능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지 워싱턴> 상은 고전적 의상과 당시의 의상 두 가지로 제작되었다. 당시의 의상을 입은 <조지 워싱턴> 상은 통일을 상징하는 지팡이에 몸을 가볍게 의지한 채 국가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듯 고개를 높이 들고 있다. 매끄럽고 차분한 표면에서 고대 조각의 냉철함을 느낄 수 있으며 세부 묘사나 자세도 매우 고전적이다. 이 작품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유럽 조각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대중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우동은 단정한 신고전주의적 형태와 날카롭고 예리한 관찰에 의한 사실성을 통해 근대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최고의 조각가이다. 그 밖의 초상 조각에는 <몰리에르>, <루이 16세>, <루이즈 브롱니아르의 딸 흉상>, <나폴레옹 1세> 등이 있으며 후세에 모범이 되는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신고전주의 미술: 18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초까지 전 유럽에 걸쳐 유행했던 양식으로 회화와 조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 문화에 대한 관심의 고조로 인하여 당시 미술 작품의 주제는 그리스의 신화나 영웅주의를 즐겨 차용했다.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748-1825)와 제자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1780-1867)가 신고전주의의 회화를 이끌었다. 

 

**빙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 1717-1768): 독일의 고고 미술학자로 고전 고고학과 미술학의 기초를 구축했다. 고대 그리스의 문화 예술에 대해 연구하여 고전주의 사상의 선구자가 되었다. <회화와 조각에 있어서의 그리스 미술품의 모방에 관한 고찰(1755)>, <고대 미술의 역사(1764)>를 펴냈다.

 

 

 

신고전주의의 이상 카노바

신고전주의의 창시자이며 대표자인 카노바(Antonio Canova, 1757-1822)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석공이었던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조각 기술을 배웠다. 그 후 카노바는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아 베네치아 아카데미에서 조각 수업을 받았다. 22세에 고전주의자들의 중심지였던 로마로 가서 고대 조각을 연구했으며, 이후 신고전주의 조각을 대표하는 조각가가 되었다. 그가 고전 조각에 관심을 두게 된 까닭은, 직접적으로는 신고전주의 이론의 창조자인 영국 화가 해밀턴(Gavin Hamilton, 1723-1798)의 영향 때문이며, 간접적으로는 빙켈만의 이론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1779년 카노바는 사실주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발표하여 조각가로서 안정적인 시작을 보였다. 대부분의 신고전주의 화가나 조각가가 그러하듯 카노바 역시 작품의 주제와 소재를 고대 신화나 전설 등에서 얻었는데 대표작인 <큐피드와 프시케>, <아모르와 프시케> 역시 그리스 신화를 인용한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표면 질감이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우아함과 에로틱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로코코의 장식적 취향의 흔적을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카노바의 작품이 로코코의 감각을 다분히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하게 형식적인 균형과 내용의 절제를 담아냄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표출되었다. 1802년 카노바는 복고사상에 열렬했던 나폴레옹 황제의 초청을 받아 기념할 만한 몇몇 작품을 조각했다. 우선 나체상으로 표현된 고대 지배자들의 모각상을 참고로 하여 1806년에 나폴레옹의 나체상을 제작했다. 아울러 나폴레옹 황제의 여동생 파울리나 보르게제가 직접 주문한 <비너스로 분장한 파울리나 보르게제>가 있다. 긴 의자에 기대어 누워 있는 이 반나체상은 백색 대리석으로 조각되었는데,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 윤곽선이 강조된 우아한 작품으로, 다소 도발적인 분위기는 당시 상당히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구도와 자세는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앵그르의 작품 <오달리스크>를 연상시키는데 <오달리스크>보다 훨씬 고전적인 균형과 이상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회화 작품인 <오달리스크>보다 오히려 3차원성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정면과 후면만을 고려해 만든 '환조의 부조'이기 때문이다. 침대의 높은 베개 위에 팔을 올려놓고 옆으로 누워 있는 이 장면에서 머리와 시선의 방향은 옆으로 향하고 있고 몸의 상반신과 하반신은 정면을 향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점이 바로 고부조의 형식으로 보이게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카노바의 조각은 이상미라는 명분 아래 잘 정돈된 초상 조각이지만 고대 신화에서 차용한 작품들만 넘쳐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전 유럽 조각에 개성과 생기를 격감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카노바 작품의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는 우윳빛 피부색의 표현과 금속처럼 광택이 나는 대리석의 표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취향은 신고전주의가 비하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으며 이 점은 로댕이 출현하기 전까지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18세기의 장식적이고 세부적인 조각을 답습하지 않고 형태가 단정한 신고전주의 작품을 이루어 낸 카노바의 업적은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상으로 비쳤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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