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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사실주의 미술 조각

by _____seula 2023. 5. 19.

사실성의 표현, 뫼니에의 노동자 조각

도나텔로, 미켈란젤로와 같은 위대한 조각가가 출현했던 르네상스 시대 이후 조각은 오랜 기간 부진한 상태에 있었다. 19세기에 몇몇 신고전주의 조각가로 우동과 카노바가 있었고 낭만주의 조각가로는 뤼드나 카르포 등이 나타났으며 그다음 사실주의 조각가로서 달루(Jules Dalou, 1838-1902)와 뫼니에(Constantin Meunier, 1831-1905) 같은 이들이 등장했을 뿐이다. 19세기 중엽에 고전주의적 자세와 태도를 버리고 낭만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시도하려는 '자유미술가협회'가 있었다. 그곳의 멤버였던 벨기에 사람 뫼니에는 화가인 쿠르베, 도미에의 리얼리즘을 연상시키는 사실주의 조각가로서 로댕을 능가하는 현대 조각의 개척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서정적인 로댕의 작품과는 달리 사실적인 묘사와 현실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뫼니에는 화가로 출발했는데 1859년 이후 20년 동안 트라피스트 수도원 생활에서 보고 느꼈던 사실을 작품화했다. 1880년 이후에는 유리 공장과 탄광을 돌아다니며 광산 노동자의 생활을 그렸다. 1885년 50세가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조각을 시작했는데 20여년에 걸친 평면 작업을 접고 주로 조각 제작에 전념하며 그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지어 나갔다. 뫼니에는 주로 광부와 도시 근로자인 공장의 인부 그리고 근대 산업 사회의 노동자들을 포착해서 표현했으며 다른 작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실적이면서도 단순한 형태의 인물을 창조해 내 인간의 내면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농토와 바다, 그리고 광산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진솔하게 묘사했던 그의 사실주의는 표현 방법이나 주제에 있어 기존의 답습만을 일삼던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현실 생활을 담아내고자 했기에 더욱 빛이 났다. 뫼니에의 조각은 20세기 초 독일의 독특한 미술 경향이었던 표현주의 조각과 연관 지을 수 있는데, 작품의 주제면에서나 인간을 소재로 다루었던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의 작품 <노동 기념비>, <가스로 죽은 사람>, <광부>, <농부>, <철제련공> 등은 표현 방법에 있어 사실주의 외에도 엄숙하고 장중한 고딕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직업을 상징적으로 극대화시키기 위해 독립적인 1인 조각 입상을 주로 제작했으며 생략을 통한 대범한 기법으로 깊은 내면의 진실을 나타냈다. 노동자들을 주제로 한 그의 조각은 노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골격과 강인한 생활 의지가 강조되고 있다. 더욱이 억눌리는 비극의 무게 때문에 그들의 삶이 고단하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게 해준다. 노동자들을 대변했던 뫼니에의 작품들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뛰어난 사실성과 기교적인 모델링 표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낭만주의적 요소가 은연중에 묻어 있다. 뫼니에 역시 그 시대의 미술 흐름에 무관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 근대 조각가, 힐데브란트

프랑스의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의 발전은 독일에 커다란 영향과 자극을 주었다. 따라서 19세기 전반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독일에서도 역시 현실 세계를 그대로 표현하는 사실주의가 나타났다. 독일 조각은 이탈리아의 고전적 형식미와 프랑스의 화려함과 달리 독특한 지역적인 특색을 보이며 유럽 조각의 한 부분으로 꾸준히 발전되어 왔다. 독일은 19세기 미술의 흐름 속에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낭만적인 유행에 현혹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신고전주의 양식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이 점은 고대 조각의 이상미의 재발견이라는 르네상스의 이상을 다시 한번 확립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지에 가장 부합했던 조각가로는 힐데브란트(Adolf von Hildebrand, 1847-1921)를 꼽을 수 있다. 1884년 그는 매우 사색적이며 안정적인 자세를 지닌 대리석 조각 <누드의 청년>을 발표하여 조각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스 고전 전기 폴리클레이토스의 <도리포로스>를 연상케 하는 건장한 청년의 이 작품은 8등신에 달하는 균형 잡힌 비례와 두 다리에 체중을 실은 편안한 포즈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정적인 고요함이 감도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그리스적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것이다. 특히 한쪽 팔을 허리에 댄 채 얼굴을 약간 기울여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서 깊은 정신성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로댕의 정열적이고 역동적인 조각과는 정반대로 전형적인 고전적 형식미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힐데브란트는 본래의 형상에 기반을 둔 고전 양식의 부조 효과를 중시하는 독자적인 예술론을 주장한 이론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 「회화와 조각에 있어서 형태의 문제」를 살펴보면 그는 일정한 시점에서 보는 부조를 조각의 근원적인 형식으로 보았다. 평면적인 부조는 풍경, 정물, 초상화 등 모든 미술의 기본이 되므로 조각가는 3차원적인 입체를 2차원적인 평면 속에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단순함, 간결함, 안정을 지향하는 순수한 조형으로서의 조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힐데브란트의 경향은 미술사학자 뵐프린 등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20세기 조각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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