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은 우리 일상에 익숙하게 자리잡아 다양한 형태로 쓰이고 있다. 유아의 시각을 자극하기 위한 유아용 모빌부터 공중에 떠 있는 대형 조형물의 모빌, 그리고 철사를 이용하여 균형과 공간 연습을 하는 교육용 모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 번쯤은 접해본 적이 있는 낯익은 것들이다. 일명 '움직이는 조각'이라고 칭하는 모빌 Mobile은 1913년 마르셀 뒤샹의 작품<움직이는 자전거 바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빌 작품은 미국의 조각가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가 1932년 '움직이는 오브제'라고 명명한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칼더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조각가였고 어머니 또한 화가였던 덕에 예술적인 분위기의 가정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청년기에 뉴욕의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본격적인 예술가 수업을 받았다. 그 전에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여 기계를 만지고 다루는 엔지니어 일을 했는데 이 특이한 경력은 칼더의 예술 활동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칼더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온 1926년부터 1936년까지를 예술가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와 기회로 삼았다. 그는 1927년 파리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나무, 철사, 종이, 가죽 등의 재료로 서커스 인형과 동물들을 만들어 공연을 했다. 이 천진스럽고 신선한 서커스 공연이 유명하게 되자 화가인 페르난도 레제, 몬드리안,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등이 철사 동물원 공연을 보러 왔다. 그들과 교류하게 된 칼더는 특히 몬드리안과의 만남으로 추상 조각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욕을 실제 작품으로 옮기게 되는데 바로 움직이는 조각, 모빌이라는 독자적이고 독특한 조각을 창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모빌이라는 이름은 파리에서 함꼐 교류했던 마르셀 뒤샹이 즉흥적으로 'Mobiles'이라고 발음한 데서 비롯되었다.
1931년 파리에서 연이은 전시회를 통해 호평을 얻자 모빌은 미술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초기의 모빌은 건전지와 모터를 이용하여 움직이게 했는데 기하학적이고 단순하며 유기적인 형태의 자유로움을 보여주었다.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표현은 물론 몬드리안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함께 활동했던 호앙 미로의 유희성을 이용하기도 했다. 공간 속에 운동과 시간을 포함하고 기계적인 힘을 첨가한 움직이는 조각 모빌은 현대 조각의 역사에 새 장을 여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인식된다. 1935년 이후부터는 모터에 의해 움직이는 모빌보다는 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실외에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도록 제작하기도 했다. 그 후 칼더는 차차 움직임이 없는 정지된 상태의 구성물인 스타빌 Stabile을 구상하게 되었다. 기계나 바람을 이용해 움직이는 모빌과 달리, 스타빌은 움직임 없이 견고하게 지상에 설치된 것으로 대지의 중력을 느끼게 해주며 도시나 주변의 환경에 어울리도록 고려하여 제작되었다. 스타빌은 1931년에 칼더와 함께 교류했던 아르프(Hans Arp, 1887-1966)가 제시한 이름이다. 스타빌은 정지 상태란 점에서 모빌과는 정반대의 개념이지만 모빌은 공기, 스타빌은 대지라는 의미를 품고 있으므로, 두 작품 모두 자연의 힘으로부터 나온 창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칼더는 모빌과 스타빌을 통해 전통적인 설치 방법인 좌대에서 조각을 해방시켰다. 또한 동력 및 자연 바람을 이용한 움직이는 조각을 시도하여 키네틱 아트 Kinetic Art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는 키네틱 아트의 대표적 예술가인 장 팅겔리, 조지 리키 등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움직임에 대한 관심과 추구라는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며 20세기 조각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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