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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메소포타미아 조각

by _____seula 2023. 5. 16.

인류 최초의 법전, 함무라비 법전비
기원전 2340년 메소포타미아 전 지역을 최초로 통일한 아카드 왕조의 사르곤 왕에 이어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이 또다시 메소포타미아 세계를 평정했다. 바빌론은 바빌로니아의 수도가 되었고 함무라비 왕의 강력한 신권과 중앙 집권적 통치로 잠시나마 번영을 누렸다. 바빌로니아의 역사는 대략 3왕조로 나뉘는데 기원전 2000년대 전반의 제 1왕조와 기원전 2000년대 후반의 제2왕조 그리고 기원전 1000년대 전반의 제3왕조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번영을 누렸던 제1왕조는 함무라비 왕의 시대였다. 이 시기 바빌로니아는 강력하고 부유했다. 함무라비는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의 대부분을 통치했고 특히 함무라비 자신이 만든 법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 법전으로 유명하다. 단단한 섬록암으로 된 함무라비 법전비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상당히 가치 있고 탁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01년 프랑스 조사단이 발견한 법전비로 기원전 1750년경 제정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높이 약 225cm의 원추형으로 거무스름한 색깔을 띠고 있다. 
돌기둥 형태의 법전비 위쪽에 조각된 앉아 있는 인물은 태양신이면서 동시에 법과 정의의 신인 샤마슈이며, 그 앞에 경견하게 서 있는 사람은 함무라비 자신이다. 함무라비는 바빌로니아의 태양신으로부터 두루마리로 된 법전을 받고 있는데 통치자의 권위와 위엄을 인정하는 암시적인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인물의 전반적인 자세와 표정은 다소 경직되어 있으며 팔과 근육은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왕은 특정한 의식과 제례를 올릴 때 입는 의복을 걸치고 있으며 특히 손과 팔의 동작은 경직된 자세에서 다소 벗어나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고 있다. 신은 뿔이 달린 모자와 어깨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 등의 상징을 통해 신성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왕과 신 사이에는 권위나 위엄을 배제한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역사적인 사실이나 신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의 표현은 대개 미술에서는 부조를 통해 나타난다. 역사적 기록을 염두에 둔 부조는 서술적이고 서사적인 내용을 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데, 함무라비 법전비 역시 신화적 내용을 빌려 통치를 정당화하고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록물의 하나이다. 법전비의 부조에 나타나 있는 초상 조각은 수메르 미술의 전통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표현 방식으로, 신화와 왕권에 결부된 바빌로니아의 사실주의 미술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돌기둥 밑부분에는 쐐기 모양의 설형문자로 법전의 전문, 288조의 조문과 후문이 새겨져 있다. 내용은 오늘날의 민법, 상법 등에 해당하며, '눈에는 눈, 뼈에는 뼈, 이에는 이'라는 다소 강력한 법적 규정도 적혀있다. 군주의 절대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함무라비 법전은 후세에 오리엔트의 법 제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아시리아의 부조, 아슈르바니팔 왕의 사자 사냥
기원전 1900년경 메소포타미아 북부 티그리스강 유역에서 초기 아시리아 제국이 건설됐다. 도시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며 세력이 커진 아시리아는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기원전 약 1500년경부터 약 1000년 동안 번영을 누렸다. 이들은 메소포타미아 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시리아, 소아시아, 에게해 주변까지 영향을 끼쳤다. 아시리아인들은 고도로 훈련된 용맹한 민족으로서 미술에서도 사실적인 전투 장면이나 사냥 장면, 초자연적인 동물 및 신의 표현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강대한 국력에 비례하는 거대한 건축과 궁전도 축조했다. 
역사적으로 아슈르바니팔의 시대는 더욱 강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시기의 작품 아슈르바니팔 왕의 사자 사냥 부조는 당시 강인했던 아시리아의 미술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왕의 강한 통치력과 권위를 보여주는 이 부조 작품은 수메르와 아카드 미술의 전통을 답습하고 있으나 내용 면에서는 종교적인 것에서 벗어나 좀처럼 보기 드문 생생한 활력을 표현하고 있다. 기원전 1854년 아시리아 최후의 수도 궁전터 성벽에서 발견된 부조의 높이는 99cm, 넓이 254cm의 3단 저부조로 왕의 사자 사냥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아슈르바니팔 왕의 사자 사냥은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저부조로 표현되어 있다. 저부조는 웅장함과 볼륨감, 깊이감을 보여주는 고부조보다 주제의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서술적 묘사에 적합하다. 아슈르바니팔 왕의 사자 사냥의 3단 부조 중 1단은 머리에 화살을 맞고 포효하며 맹렬히 덤벼드는 사자를 왕이 당당하게 맞서 처치하는 장면이다. 건장한 체구의 왕은 위엄 있는 곧은 자세로 포효하는 사자를 가볍게 제압하는 용맹과 기상을 보여준다. 두 번째 단은 1단의 정지된 장면보다 매우 변화무쌍한 운동감을 보여주고 있다. 달리는 말을 탄 왕은 오른손의 긴 창을 사자의 입 깊숙이 꽂고 있으며 뒤쪽에는 상처 입은 사자가 말을 습격하고 말은 뒷발을 차며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장면으로, 그 역동적인 운동감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마지막 단에는 화살을 맞은 사자들이 괴로워하며 쓰러져 뒹굴고 왕은 계속해서 활을 쏘며 용맹스러움을 과시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사냥의 생동감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이 부조는 고요한 배경과 어우러져 교훈적이며 상징적인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전해주고 있는, 아시리아 미술의 대표작이다. 아시리아의 궁전 벽면 장식은 벽화보다 장대한 부조가 있다. 부조의 내용은 왕의 전투 장면, 수렵 그리고 왕을 중심으로 일어난 중요한 행사가 주류를 이룬다. 회화적이고 사실적인 면을 적절히 조화시킨 아슈르바니팔 왕의 사자 사냥처럼 사자를 사냥하고 죽이는 행위는 아시리아 왕들의 중요한 오락이었으며 동시에 왕의 절대 권위와 통치력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왕만이 사자를 죽일 수 있었으며 사자 사냥을 어떤 신성한 도전, 즉 예식 행위와 같은 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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