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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그리스 미술 조각(고전 전기)

by _____seula 2023. 5. 17.

역동성의 조각, 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람
기원전 479년, 그리스는 3차에 걸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지중해의 강국으로 성장했다. 델로스 동맹의 핵심이었던 아테네는 가장 민주화된 도시국가로서 정치, 문화, 예술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특히 아테네 페리클레스 시대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리스는 무산 계급인 시민과 평민의 정치적 발언이 높아져 세계 최초로 시민 계급에 의한 민주 제도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인간 중심의 안정적인 사회 정치 제도와 합리적인 철학적 사고가 발판이 되어 미술에서도 뛰어난 작품들이 창조되었다. 그리스 미술은 점차 실용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전승비나 진취적 기상을 나타내는 역동적인 조각을 통해 이상적인 미를 추구했다. 또한 인간의 이상을 실현할 신전이 세워지면서 그에 따른 독특한 형식과 양식들이 창조되었고 '그리스적'이라 일컫는 새로운 미술의 탄생을 보게 되었다.
그리스 미술에서 고전기는 일반적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미론, 폴리클레이토스, 페이디아스가 고전 전기를 대표하는 3대 조각가이다. 이들은 조각과 건축에 있어서 황금기였던 고전기의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내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미론은 고전기를 대표하는 3대가 중 최연장자였다. 인적 사항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점을 보아 당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조각가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론의 작품 원반 던지는 사람은 움직이는 자세를 통해 새로운 공간감을 보여준다. 원반을 던지기 직전의 정지된 상태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 순간적인 자세에서 아르카익 시기와 확실히 구별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얼굴에 잔잔하게 번지던 미소가 없어지고 전체적으로 경직된 분위기 대신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대리석이라는 재료에서 벗어나 청동 주물로 제작되었는데, 청동으로 만들어진 원반 던지는 사람 원작은 소실되고 이후 안토니우스 치하의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모각된 것이 오늘날 전해지고 있다. 참고로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 작품 중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델포이의 전차병, 아르테미스 신전의 포세이돈, 그리고 페리우스에서 출토된 아폴론뿐이다.
원반 던지는 사람의 특징은 찰나적인 운동감을 표현할 때 인체의 해부학적인 면을 섬세하게 관찰했다는 것이다. 구부린 자세에서 보이는 몸의 구조와 근육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유기적 구성을 통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또한 왼쪽 다리의 발뒤꿈치를 올리고 엄지발가락을 땅에 댄 동작에서 긴장된 균형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순간 포착은 운동감이 강한 신체에 우아하고 정돈된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유연한 움직임을 지닌 경기자의 모습을 작품화한 이 기념비적 조각은 단지 운동선수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념을 표현하려는 목적이 더욱더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즉,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과 민족의 우월성을 경기자의 이상적인 신체를 빌어 대변한 것이다. 미론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의 조각은 인체의 유기적인 구성과 사실주의를 뛰어넘는 고귀한 정신성을 포함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비록 로마 시대의 모각품을 감상할 수밖에 없지만, 원작에 충실했던 로마인들의 장인 정신을 빌어 그 시대의 특색을 엿보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점이다. 

 


폴리클레이토스의 도리포로스
해부학적 관찰에 의한 이상적인 몸매의 도리포로스(창을 든 청년)는 고대 그리스 조각 중 가장 안정된 균형 감각을 과시하는 입상 조각의 하나이다. 특히 체중을 실은 오른쪽 다리와 살짝 구부린 왼쪽 다리 그리고 중심을 맞추기 위해 약간 올라간 왼쪽 어깨와 오른쪽으로 돌린 머리 모두가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상반신과 하반신의 관계가 S자 곡선으로서 유연한 운동감을 강조한 콘트라포스토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콘트라포스토란 인체 조각상에서 보이는 동적인 유연성과 정적인 균형미로서 S자의 형태를 보여준다. 대개 인체 모델링을 할 때 한쪽 발에 체중을 싣고 다른 한쪽 발은 힘을 뺀 자세인데 좌우가 비대칭의 형태지만 시각적으로 매우 안정감 있는 균형을 보여준다. 이집트나 그리스 초기 아르카익 시기의 조각에서 나타나는 정면성의 법칙에서 벗어난 자세로, 그리스 고전 전기 이후 폴리클레이토스에 의해 확립되고 발전되었다.
고전적인 자세의 대명사인 콘트라포스토는 아르카익 시기가 끝날 무렵인 기원전 480년경에 만들어진 크리티오스의 소년에서도 엿볼 수 있으나, 정확한 해부학적 지식으로 본격적인 자세를 확립한 사람은 폴리클레이토스이다. 도리포로스는 폴리클레이토스의 또 다른 작품인 디아두메노스(승리의 머리띠를 맨 청년)와 함께 그리스 고전기의 대표작인 동시에 조각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여는 출발점으로 인식된다. 
그리스 조각품 대부분은 원작이 청동으로 제작되었으나 거의 소실되고 현재 그리스 작품이라고 일컫는 것은 모두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모각된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파괴되거나 부분적인 소실이 많다. 이는 강한 충격에 쉽게 떨어져 나가고, 무거운 무게로 보관이 어려운 대리석의 단점 때문이며, 재해에 의한 손실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다행히 도리포로스는 소실된 부분 없이 완벽하게 보존되었으며 모각이지만 원작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드러나는 이 작품은 완벽한 비례와 구조를 지닌 이상적인 조각의 절대 규범을 보여주고 있다. 팔과 다리 관절의 정확한 표현과 전체적으로 유연하게 흐르는 선을 통해서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상당한 경지에 도달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얼굴의 표현에서 아르카익 미소가 사라진 대신 다소 경직되고 관념적인 얼굴 표정이 나타난다. 약간 오른쪽으로 돌린 얼굴의 방향은 딱딱한 정면성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깊은 쌍꺼풀과 두툼하고 명확한 입술 선을 간직한 계란형의 얼굴 표현으로 세련미를 보여준다. 이처럼 도리포로스는 인간미의 구현이라는 이상을 안정적이고 조화롭게 실현해낸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인체의 이상적인 형태를 비례에서 찾고자 했던 폴리클레이토스는 캐논(규범)이라는 아주 특별한 책을 남겼다. 책에 의하면 인체의 외형에서 머리가 전신의 약 7분의 1을 차지하는 경우가 최고의 미적 규범을 이루는 비례라고 한다. 그의 영향으로 후세에는 8등신이라는 다소 왜곡된 비례 감각을 지닌 작품들이 탄생했고, 이상미의 추구가 극대화되면서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태도 또한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흘렀다. 그러나 의심할 여지 없이 캐논의 미적 규범은 오랫동안 조각상을 제작하는 텍스트로 쓰였으며 고전 후기를 거쳐 헬레니즘기에 이르러 그리스 조각의 전형을 제시하며 발전되었다. 폴리클레이토스의 과학적인 사고와 미적인 사고는 조각사에 있어서 중요한 초석을 마련했고, 그를 그리스의 고전기 조각을 대표하는 천재 중 한 사람으로 기억하게 한다.


페이디아스와 파르테논 신전
황금기를 맞이한 그리스는 수많은 신전을 세우고 신전의 부속물인 신상을 제작하면서 그리스 조각의 양식을 만들어냈다. 신전의 기둥 양식은 수수하고 간소한 모양의 도리아식에서 주두(기둥머리)가 소용돌이 모양인 부드러운 이오니아식으로 변화하며, 로마 시대에 이르러 아칸서스 잎으로 장식된 화려한 코린트식으로 정착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리아식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 미술의 총체적 집합체로 볼 수 있으며, 건축물의 양식과 구조에서 다양한 미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은 백 대리석의 우아함과 웅장함이 조화되어 신전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더해준다. 파르테논 신전은 페이디아스가 총감독하고, 익티누스가 설계하고 건축가 칼리크라테스가 시공했다. 이 신전은 아테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아름다운 도시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세운 것으로 약 10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아테네의 수호 여신 아테나의 신전으로서 시의 수호라는 역할과 의의를 가진다. 파르테논 신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개조와 붕괴가 거듭되는 가운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신전에 부속된 상당량의 조각품과 구조물은 대개 그 흔적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파손되고 소실되어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신전 자체에서 느껴지는 당당한 위용과 우아함은 고전적인 이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간결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신전의 동서는 8개, 남북은 17개의 도리아식 기둥으로 에워싸여 있어 균형과 비례의 공존을 보여준다. 파르테논 신전의 페디먼트, 메토프, 프리즈 부분을 주도적으로 조각한 페이디아스는 우수한 신상을 많이 제작하여 신상의 조각가라고 일컬어진다. 대부분의 신상 조각에 나타나는 특징은 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인간의 감정을 초월한 고귀한 정신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인데, 이러한 의식이 숭고주의 양식의 잉태를 도왔다. 신전의 웅장한 규모와 조각들이 어우러져 그리스 아테네 미술의 숭고미를 확연히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신전 동서쪽의 길고 낮은 삼각형으로 된 페디먼트에는 대리석 조각 세 여신, 아테나의 탄생, 아테나와 포세이돈의 싸움, 그리스와 아마존의 싸움, 켄타우로스와 라피타이의 싸움 등 전쟁 및 싸움에 관한 신의 모습이 서술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신화와 관계된 신의 모습은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상적 완성미를 추구하고 있다. 신전 본당의 동쪽 프리즈 부조 판아테나이아의 행렬은 아테나를 찬양하는 행렬로 연속적인 띠 모양으로 되어 있다. 고부조와 저부조로 368명의 인물과 236마리의 말이 조각되어 있으며 6명의 아테네 귀족의 아가씨가 신에게 키톤을 바치러 가는 제례 의식을 표현했다. 프리즈 부조는 단순한 장면에서 벗어나 스펙타클한 장면이 연이어 제작되었다. 상당히 세련된 동작과 양식화된 옷주름, 그리고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기마 군상이 조각되었는데, 이 점은 페이디아스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전에 포함된 수많은 조각품 중 페이디아스 손으로 완성한 작품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전 동쪽 페디먼트 조각에 있는 머리도, 팔도 없는 세 여신 조각은 그리스 신화의 레토, 디오네, 아프로디테를 나타낸 것으로 페이디아스가 직접 조각한 것이 분명하다고 전해진다. 아쉬운 점은 파르테논 중앙에 페이디아스가 제작한 황금과 상아로 된 약 12m 크기의 아테나 파르테노스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 흔적을 상상할 수 있는 좌대만 남아 있다. 프리즈 조각이나 페디먼트의 여인 조각에서 페이디아스의 양식, 즉 달라붙은 옷을 입은 우아한 신체와 흘러내리는 듯한 옷주름의 표현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우아한 인체의 표현은 그리스 조각의 가장 일반적이고 특징적인 양식으로서 후세에 연결되고 전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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