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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by _____seula 2023. 7. 9.

전기의 발명은 산업 사회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가치관에 적지 않은 변화와 변혁을 예고했다. 전기를 이용함으로써 생산성이 높아졌으며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전파를 이용한 영상 매체가 출현하면서 문화가 급속도로 변화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비롯한 시청각 매체의 발달은 인간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전세계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현실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미술에서도 영상 매체 중 하나인 비디오를 이용하여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예술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백남준이다. 백남준은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줄곧 미술과 비디오의 만남을 시도하며 예술이 테크놀러지의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데 초석을 마련했다. 또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다가가 그들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점차 현대 미술의 구심점이 되어 가는 비디오 아트의 독보적인 선구자가 되었다.

백남준은 1932년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1949년 한국을 떠나 일본 도쿄대에서 철학, 음악사, 미술사를 공부했다. 졸업 후 독일로 가서 작곡을 공부했고 그곳에서 클래식 피아니스트, 전자 음악 작곡가, 퍼포먼스 공연자로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1958년에 백남준은 미국 출신의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 음악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그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1959년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플럭서스* 그룹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백남준은 1963년에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TV>를 시작으로 비디오 아트의 실험적 활동을 전개했다. 1965년에는 새로 개발된 비디오 재생기를 사용하고 1973년에는 비디오 합성으로 제작한 작품을 처음으로 방송하면서 매체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후 TV 브라운관을 이용한 그의 작품들은 TV 브라운관의 보급과 확대에 따라 급속한 발전을 보였다. 그는 비디오 아트의 대중화와 더 나아가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1984년 1월 파리와 뉴욕을 연결하는 위성 중계 작품 <굿모닝 조지 오웰>을 방영했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굉장한 화제를 불러모았고 새로운 하이테크놀러지 예술의 실험을 예고했다. 그 후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무한한 다양성을 보여주며 발전해왔다. 기존의 TV 브라운관에 다양한 영상과 음향을 넣기도 했으며 비디오 테이프를 이용하여 다큐멘터리를 재생하고 편집하여 초자연적인 영상의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백남준은 관념적인 영상 작업에서 점차 벗어나 TV 브라운관을 바다, 벽, 공중에 설치하여 형태를 만들어보이는 설치 미술의 형식을 끌어들였다. 또한 전통적인 조각의 형태를 갖춘 작품들을 TV와 함께 전시하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비디오 재생기와 벽의 대형 화면을 이용하여 인간의 역사 의식, 심리적 내면 세계, 현대인의 불안 심리, 공포, 존재 의식 등을 마치 영화관의 영화 상영처럼 지속적으로 전개시킴으로써 비디오 아트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비디오 숲>(1990년)이라는 야외 공공 작품을 통해 환경 안에서 매체의 긍정적인 역할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처럼 지칠 줄 모르는 창조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는 백남준은 불편한 건강에도 불구하고 새롭고 획기적인 전시회를 개최했다. 2000년 2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의 세계전>이 그것으로, 레이저와 비디오가 결합된 작품을 선보였다. <동시변조>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화려한 색채의 레이저 빔이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시작부터 대단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미술의 변화를 예고하고 실험성을 제공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하이테크놀러지를 이용하는 예술가들의 진지하지 못한 과학 기술의 탐닉과 유희성은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대중과 거리감을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을 위한 예술이라는 본질에서 점점벗어나는 아쉬움도 남겼다.

백남준을 위시한 현대의 비디오 아티스트는 브루스 노먼, 빌 비올라, 수잔 힐러, 질 스콧 등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세계적인 비엔날레와 비중 있는 전시회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어 비디오 아트의 위상을 확산시켰다.

 

 

*플럭서스(Fluxus, 독); 플럭서스란 '유출, '유통' 이라는 의미로, 1960년대 초반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퍼져나간 반예술적 전위 운동을 가리킨다. 기존의 예술과 문화를 거부하고 배격하며 음악가, 화가, 시인 등 폭넓은 분야의 예술가들과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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