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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인체 복제의 조각가 조지 시걸

by _____seula 2023. 6. 24.

조지 시걸(George Segal, 1924-2000)의 실제 인간을 복제한 무표정한 얼굴의 인간 군상은 현대 도시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체험적 환경 요인을 이끌어내서 고스란히 작품 속에 옮겨놓은 시걸의 조각은 그만큼 일상적이다. 1924년 뉴욕의 가난한 푸줏간 집안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성장한 시걸은 도시 환경에 밀착된 정서를 가지고 현대 대중 사회의 일상의 삶을 그려나갔다. 초기 추상표현주의 경향을 띤 회화 작업을 했던 조지 시걸은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조각을 시작했다. 이후 부러진 뼈를 맞추는 데 쓰이는 의학 재료인 석고 붕대를 우연히 접하면서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조지 시걸은 석고 붕대와 석고액으로 그의 아내를 비롯하여 가족 및 친척, 이웃, 친구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후원자들을 모델로 직접 틀을 떠내 작품화했고 그 자신 역시 모델이 되기도 했다. 실제의 인물에 석고액을 적신 붕대를 직접 감고, 굳힌 다음 겉틀을 잘라서 떼어낸 후 그 원형을 다시 석고로 떠내는 방법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특이한 작업 방식으로 이것은 전통적인 조각 제작 방법에 의식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미묘한 인체 표면의 거칠음은 석고가 마르는 동안 모델의 미세한 움직임과 감정 상태를 드러낸 것으로 시걸의 작업에 독특함을 부여하고 있다. 석고 붕대의 흔적과 함께 완성된 인간은 일상적인 도시적 삶의 허무와 고독을 짙게 표출하고 있다. 시걸은 석고 인간에게 때때로 채색을 하기도 했는데 검은색, 회색 뿐만 아니라 원색을 사용하여 신비스럽고 황폐화된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인물에 채색을 하는 등 작품 속 여러 부분에서 회화적인 요소를 표출하고 있는 것은 회화에서 출발했던 작가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조각과 회화를 융합해보려는 의지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인체를 떠낸 석고상은 환경적인 요인, 즉 인간을 감싸고 있는 주변의 도시 풍경을 드러내며 지극히 평범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걸은 도시의 환경적 상황을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대부분 물질 만능 사회에 범람하는 오브제를 사용했다. 신호등이나 의자, 책상 그리고 도시인의 삶 주변에 놓여 있는 시설물들을 적절히 등장시켜 현실적인 환경을 재현했다. 이것은 현실적 환경에 속해 있는 인간의 상황을 의미 심장하게 비판하고 자각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환경적인 연출에 따른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표출과 물질에 대한 현실주의적 접근은 모두 인간적인 내면의 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휴머니즘의 표현이다. 이와 같은 조지 시걸의 독특한 조각은 1960년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인 미국의 팝 아트나,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연결되며 60년대 후 반 환경 예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고독과 불안의 감정은 안은 채 말없이 서 있는 인체 조각상과 시간과 공간을 순간적으로 정지시켜놓은 듯한 이미지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환경과 인간의 관계', '물질과 인간의 관계'라는 연결 고리 안에 놓인 미국 문명을 은유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처럼 어떠한 틀에 구속되지 않는 조지 시걸의 독특한 작가적 태도와 시도는 깊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하다.

"나는 주변에서 겪는 비슷한 경험과 비슷한 인상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는 조지 시걸의 말은 그가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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