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물건, 쓰레기, 폐품 등과 같은 다양한 오브제에서 현대 산업 사회의 현실과 그 현실에 속한 인간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이루어진 발명과 발견은 새로운 물질의 범람을 부추켰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술의 미적 체험과 미적 규범에도 영향을 미쳐 종래의 전통적인 미학 즉, 자연에 근거를 둔 주제의 표현에서 대량생산되는 물질의 미학으로 변하게 했다. 이러한 산업 사회의 현실을 미술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팝 아트 Pop Art는 1960년대 소비 문화에 대한 비판과 수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팝 아트는 미술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면을 고려하는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다. 상품성을 지닌 광고의 효과를 이용하기도 하고 매스미디어, 성적인 것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끌어들여 작품화했다. 팝아트는 1950년대 중반 영국의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1922-2011)에 의해 시작되었고, 미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었다. 소비 사회의 일상을 주제로 내세웠던 미국의 팝 아트는 다다이즘과 유사하게 기존의 규범과 관습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네오다다 NeoDaDa라 불러졌다.
미국 팝 아트의 대표적 작가는 클레스 올덴버그, 앤디 워홀, 제임스 로젠퀴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에드워드 키엔홀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 올덴버그(Claes Oldenburg, 1929-2022)의 독특한 형식 파괴는 매우 신선한 시각적 즐거움과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올덴버그는 1929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예일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기자로 일했는데, 일에 염증을 느끼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뉴욕으로 진출하여 본격적으로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1962년 뉴욕의 그린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여기서 최초로 '소프트 조각'을 선보였다. 이때의 작품인 물렁물렁한 대형의 아이스크림과 햄버거는 그를 주목받게 했다. 소프트 조각은 견고함이라는 조각의 오랜 개념을 뒤바꿔놓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색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물체 원형의 이미지를 변형시켜나갔던 올덴버그의 소프트 조각은 <거대하고 부드러운 스웨덴 전기 스위치>, <부드러운 변기> 등 많은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비닐과 인조 가죽으로 된 <부드러운 변기>는 흐느적거리는 형태로 유연성을 가지며 원래 변기가 가지고 있는 단단한 이미지와는 상반된 시각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부드러운 천과 비닐을 이용한 해학적 분위기의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했다.
올덴버그의 작품에는 소프트 조각 외에도 환경적인 면을 고려한 거대한 야외 작품이 있다. 환경 조각으로 불리는 올덴버그의 오브제 확대 작품은 야외 공간을 이용한 환경 예술의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일상의 오브제를 거대하게 확대하여 관람자의 보편적 미감에 충격을 준 발상은 창조의 무시라는 사고와 순수한 고급 예술에 대한 비웃음을 포함하고 있다. 소화전, 흙손, 빨래 집게, 야구 방망이, 드라이버, 꽃삽과 같이 우리의 삶과 늘 함께 하는 실용적인 오브제를 거대하게 확대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킨 형상들은 뛰어난 유머 감각을 보여줌과 동시에 미국 사회의 소비 문화를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올덴버그의 작품은 소프트 조각과 대형 오브제 환경 조각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이 두 경향은 모두 우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특히 기념비적인 오브제 작품들은 새로운 환경 조각의 개념을 세웠다. 이처럼 항상 사용되고 있는 온갖 종류의 물건을 변형하고 확대 제작한 올덴버그의 생각은 60년대 팝 아트의 미학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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