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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빛의 예술가 단 플레빈

by _____seula 2023. 6. 25.

미니멀 아트의 대표 작가인 단 플레빈(Dan Flavin, 1933-1996)은 극도로 절제된 입방체와 네온의 결합을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1960년대 미니멀 아트의 형식적인 면을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단 플레빈은 돌, 나무, 청동, 철 등 전통적인 조각 재료의 편협성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던 중 빛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형광등이라는 재료를 이용한 빛의 예술을 처음 시도하게 되었다. 이러한 선택은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고뇌와 의지의 흔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리는 밝은 빛을 예술 속에 개입시킨 의식은 하나의 단서가 되었고 동기가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창작만이 예술가들의 의무라고 생각하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발견 또한 예술가들의 몫일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독창적인 발견의 예술가 단 플레빈의 광선 예술은 이러한 의미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단 플레빈은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1961년 뉴욕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으며 196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형광등을 아무 변형없이 작품의 소재로 다루었다. 단 플레빈이 주로 사용한 형광등은 모두 4가지 길이(60cm, 120cm, 180cm, 240cm)와 9가지 색상(빨강, 파랑, 노랑, 분홍, 초록, 4종류의 흰색)인데, 이처럼 원형 그대로의 형광등으로 광선과 색상의 예술을 시도했던 것이다. 초기에는 형광의 색상과 그림자로 공간과의 조화를 꾀했으며 후기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전시 공간을 만들어냈다. 단 플레빈은 후기의 작품을 '설치'라는 말보다 '상황', '환경'이라는 말로 부르기를 원했다. 도시 공간을 수놓고 있는 형광등과 네온은 어두운 장소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이처럼 화려함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빛의 효과에 착안하여 어두컴컴한 전시장 모서리나 벽면에 형광등을 걸어놓거나 세워놓아 표현을 극대화했다. 또한 여러 가지 색의 형광등을 나란히 또는 겹쳐서 설치하는 작품도 선보였다. 긴 형광등을 이용하여 정방형의 형태를 만들거나 격자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 도시의 형태를 간결한 이미지로 포착하여 재현했다. 이 모든 것은 단 플레빈이 주장했던 상황과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단 플레빈 외에 네온을 등장시킨 예는 조지 시걸의 작품과 브루스 노먼의 작품이 있다. 조지 시걸은 석고 인물상들과 함께 도시의 이미지와 환경적 요인을 드러내는 소재로 네온을 이용했다. 또한 네온으로 문자를 만들어 작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 영상 매체 작가인 브루스 노먼의 작품에서는 네온 그 자체를 구부리거나 사람의 형태로 만들어 반복적으로 켜지거나 꺼지는 점멸의 효과를 내기도 했다. 

6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네온과 빛을 이용한 미술 즉, 라이트 아트, 레이저 아트, 홀로그램 등은 그 자체의 효과와 테크놀러지가 결합되어 한층 더 환경적이고 공간적인 예술로 발전했다. 이처럼 테크놀러지를 예술의 한 방식으로 채택하여 문제를 제기한 창의적인 인물로 주저없이 단 플레빈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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