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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조각사

듀안 핸슨과 존 드 안드리아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

by _____seula 2023. 7. 9.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 인간의 피부와 같은 질감의 손과 발, 생생한 머리카락, 쉽게 구할 수 있는 몸에 걸친 옷과 액세서리, 모든 것을 인간과 똑같이 재현해놓은 조각이 있다면 감상자는 자신의 일부분과 비교하는 흥분에 빠질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우리 주변의 사람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제작된 작품은 보는 사람에게 특별한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묘한 심리를 촉발시킨다. 1960년대 후반, 미국 팝 아트의 영향력 아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난 새로운 경향의 하이퍼리얼리즘 Hyperrealism(극사실주의)은 미국을 위시하여 유럽 각지로 이어졌고 슈퍼 리얼리즘Super Realism, 포토 리얼리즘Photo Realism, 뉴 리얼리즘 New Realism의 명칭으로 불리며 미국적 사실주의로 정착하게 된다.

극사실주의는 인간이 매체화되고 복제화되어가는 점에 착안했으며, 첨단 기술로 대표되는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일상적인 현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데 진부한 삶과 그 속에서 파생되는 행복, 불행, 불안 등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한 휴머니티를 내재하고 있다.

극사실주의는 조각보다 회화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더 많은 작가군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 작가에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똑같이 그려낸 척 클로스, 하워드 캐노비츠, 맬컴 몰리, 필립 펄스타인 등이 있다.

조각에서는 듀안 핸슨(Duane Hanson, 1925-1996)과 존 드 안드리아(John de Andrea, 1041~)를 꼽을 수 있다. 두 조각가는 3차원의 공간 안에 극사실주의를 적용한 선구자들이다. 듀안 핸슨은 실제 인물의 모습과 표정을 기막히게 똑같이 재현하여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을 모델로 작품을 제작했다. 경찰, 페인트공, 청소부, 노동자, 여행자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미국인의 극히 자연스럽고 평범한 삶의 순간을 클로즈업시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듀안 핸슨은 굳은 시선을 지닌 정밀한 복제 인간을 통해 노동의 피로에 짓눌린 삶의 권태로움을 보여주었고, 미국이라는 거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박제화되고 상실된 인간상을 드러내려 했다.

미네소타 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듀안 핸슨은 어린 시절부터 사실적인 묘사에 뛰어났다. 대학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으며 6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으며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불법 낙태에 대해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사회 비판적인 발언의 강도를 높여갔다. 특히 베트남 전쟁을 다룬 처참한 조각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현대 산업 사회와 문명의 발전에 따른 이면의 모습들에 주목했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연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내면의 정서를 차분히 관조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존 드 안드리아의 작품은 상당히 부드럽고 정적인 포즈의 누드 조각이다. 그의 누드 조각은 옷을 벗은 누드의 모습을 통해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객관적인 시각, 즉 빈부 격차, 소외감, 현실의 모순 등을 은유적인 발언으로 드러냈다. 대상의 인물을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듀안 핸슨이나 존 드 안드리아가 사용한 제작 방법은 석고로 모델의 전부 혹은 일부를 틀로 떠내고 다시 석고나 화학 물질인 폴리에스테르로 속을 만드는 방법이다. 실제 피부와 똑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색을 칠하고 진짜 머리카락을 부착하여 생기를 불어넣었으며 실물과 똑같은 인공의 유리 눈을 이용했다. 그 다음 과정으로 듀안 핸슨은 진짜 옷을 입히고 진짜 액세서리를 붙여서 그의 의도에 적합한 인물을 탄생시켰고, 존 드 안드리아는 피부와 포즈 그리고 모델의 특징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완성시켰다. 이처럼 정확한 시선으로 무감동한 현실을 보여주었던 듀안 핸슨과 존 드 안드리아는 대중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며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고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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